단상(fragmentary thoughts)

에티오피아 커피세리머니에 대해, 전문적이지 않지만 최고의 커피 홈카페, 철학자 푸코와 삶의 행복

석스월드 2017. 9. 4. 00:01

내가 커피를 편하게 막 볶아서 먹는 것을 즐기는 이유는 골치아프지 않고 내 입에 맛있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고가의 커피 로스터를 사용해 일정한 온도, 시간, 배기 등을 잘 통제하여 볶은 커피를 최고 바리스타의 숙련된 손길로 딱맞는 입자 크기로 그라인딩하고 적당한 시간, 85도의 뜨거운 물로 핸드드립!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이 커피를 먹게 된다면 대부분 감탄을 하고 맛있다고 할 것입니다. SNS에 자랑도 하겠지요. SNS친구들은 모두가 공감하고 "좋아요"를 눌러 주겠지요.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에티오피아 전통방식으로 로스팅하고 내려서 커피를 대접하면서 에티오피아 전통방식의 커피라고 하면 먹어본 커피 중 제일 맛있다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이거 모순인거 아시나요?

사실 에티오피아의 전통적인 커피는 함부로(?) 말해서 감으로 볶고 내리는 커피입니다.
오목한 원형 철판 위에서 온도 조절없이 경험에 의해 쌓인 감으로 볶아서

원두의 색이나 볶아진 정도도 고르지 않습니다.

(사진출처 : travie)

적당한 색과 향이 나면 입자크기가 얼마인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절구로 찧은 뒤 적당히 분쇄되면

자바나(jebena)라는 전통포트에 뜨거운(몇 도인지 모르는) 물과 함께 넣어 우려내어 마십니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통제도 전문 기술도 없습니다.
그저 거품이 많을수록 맛있는 커피라고 합니다.
(필터로 거르지도 않고 커피가루가 섞인 채로 마십니다.)

우리가 아는 그 전문적인 커피와 비교하면 맛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진출처 : travie)

링크 : 에티오피아 커피세니머니 영상

에티오피아 커피문화에서는 "분나마프라트"라는 커피세리머니(전통예식, 동양의 "다도"와 같은 것)가 중요합니다.
차를 통해 사람과 정신적인 교감, 공유, 손님을 대접,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 등의 의미가 담기는 것입니다.

얼마전 취미가 커피로스팅하고 즐기는 것이라니까
자기는 커피관련 공부도 하고 자격도 있는데
아마추어는 맛내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며
약간 비웃듯이 말하며 내가 대접하는 커피를 맛이 쓰네 시네 하며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차를 차로 즐길 것인가? 기술적으로 통제된 규격화된 맛을 찾을 것인가?

프랑스 철학자 푸코는 권력이 지식을 사유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지식을 선점하고 전문화한 권력집단이 형성되면 사람들은 지식의 정체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맹목적으로 그 지식이 맞다고 추종하면서 지식과 권력의 근처에 있으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권력집단, 주류문화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서...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라는 책에서 이런 모습을 속물근성 이라 했습니다.)

권력층은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담론을 만들고,
추종자들은 담론을 과장 왜곡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담론은 사회의 지배적 이념이 됩니다.
결국 나머지 사람들은 무지하고 약한 소외 계층이 됩니다.

나는 푸코의 이 철학에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우리의 커피에 대한 기호도 길들여져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커피맛은 딱 이래야 하는 것처럼 커피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지식에 의해 형성된 어떤 것,

이데아 또는 환상 같은 것을 좇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혹시 1등급 원두로 내린 1등 바리스타의 커피를 마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이 세계 최고, 내 생애 최고의 커피인양 자랑하고 다닐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 마시는 싸구려 커피는 진정한 커피가 아니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에티오피아 전통 방식 커피는 과학적이지도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생활 속에서 구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 적당히 볶아서 적당히 내려 먹습니다.
내리는 사람마다 맛이 다릅니다.

우리나라 김치가 담그는 사람에 따라 방법도 맛도 다른 것처럼...
김치전문가가 재료를 정확히 계량해 담근 김치 외에는 맛있는 김치가 아닐까요?

세상에 제일 맛있는 커피맛이란 것은 애초에 정할 수 없는 것는 것입니다.
아니..하나로 정한다면 지금 나를 만족시키는 그 커피 맛이 제일 맛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누가 뭐라든 지금도 커피를 볶고 내립니다.
정해진 방식, 배운 사람들의 방식이 아닌 내 방식대로...
그리고 용감하게 말합니다. 내가 볶은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남의 시선, 규격화된 방식, 지식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내가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나만의 방식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요?

커피 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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